그람 (Gram) ;발뭉 ;노퉁크
중세 초의 독일 및 바이캉 시대의 북구에서 최대의 영웅이라면 바그너의
악극으로도 유명한 지크프리트(시구르드)다. 중세의 위대한 영웅
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웅 전설에도 많은 일화를 간직한 검이 주인공의
이름과 함께 등장한다. 소인이 만든 명검 그람(또는 발뭉)이 바로 그것이다.
-유래 -
이야기는 지크프리트의 할아버지인 뵐숭이라는 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북구의 주신 오딘의 자손인 뵐숭은 거인의 딸이며 신의 전사이기도 한 발
키리아의 한 사람이 프료즈와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는다. 아들 지그문트는
달리 견줄 자가 없는 용사이며, 쌍둥이 누이인 시그니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
이었다. 그들은 커다란 나무를 에워싸듯 지은 저택에 살았으며, 그 나무는
'아이의 나무'라고 불렸다.
그의 누이인 시그니가 결혼하는 날, 초라한 망토와 모자를 쓴 외눈박이 사
내가 저택으로 찾아왔다. 그 사내는 "이 검을 뽑는 자에게 이 검을 준다"는
말과 함께 검을 '아이의 나무'에 깊이 찔러넣고 저택을 떠났다. 이 사내가 바
로 주신 오딘이며, 그 검은 뵐뭉 족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성검 그람이었다.
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오직 뵐숭의 아들 지
그문트만이 뽑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 지그문트는 왕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신피요트리가 독을 먹고 죽고 말았다. 지그문트는 새 아들을
얻고자 효르디스라는 아름답고 현명한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다. 하
지만 역시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어하는 륭그비라는 왕과 싸우지 않을 수 없
게 되었다.
지그문트는 륭그비의 군대에 맞서 성검 그람을 휘드르며 선전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를 탐탁잖게 생각한 신 오딘이 창 궁니르로 그의 검 그람을 부러뜨
린 탓에 싸움에 패하고 말았다. 지그문트는 이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고 목숨
을 잃었지만, 산산 조각이 난 그의 검은 지그문트의 아내이며 지크프리트의
어머니인 효르디스에게 전달되었다. 지그문트는 죽기 직전에 아내에게 검 조
각들을 건네주면서, 아들에게 물려주라는 말과 함께 죽었다.
지그문트가 죽은 뒤 아내 효르디스는 지크프리트를 낳았다. 그는 유복자로
태어났으므로 거인의 아들 레긴 밑에서 자랐다.
어느날 지크프리트는 레긴에게 형 파프니르를 죽여서 보물을 빼앗아달라고
부탁받는다. 파프니르는 일찍이 신들이 라인 강의 드워프에게서 훔친 황금을
받아 독차지해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용으로 변신하여 그 보물을 지키고 있
었다.
지크프리트는 용을 죽일 수 있을 만한 검을 만들어 준다면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다.
레긴은 지크프리트가 건네준 그람의 조각들을 받아 도장의 솜씨를 발휘해
마침내 명검 그람을 다시 만들어냈다. 그람은 그리하여 다시 한번 태어났다.
그리고 그람은 지크프리트의 죽음과 함께 그 후로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다.
그람은 지크프리트가 대장간의 쇠받침판을 두 동강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날
카롭기 그지 없었다.
지크프리트는 다시 태어난 그람을 들고 용을 죽이러 나섰다. 그리고 그람의
갈날이 용의 비늘을 제대로 꿰뚫어 그 심장을 도려낸다. 그람의 칼날은 용의
비늘을 뚫을 정도로 날카로왔다.
그리고 지크프리트는 '용을 죽인 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성검 그람은 이승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형식으로 지상에 나타났다가
지크프리트의 죽음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이야기에서 그람은 그의 명예와 지크프리트 일족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검이
었다. 그람의 전설은 독일적인 정신의 모든 것이 표현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 생김새 -
[니벨룽겐의 노래]에서 지크프리트의 검 발뭉크는 손잡이를 포함해서 2m
가 넘는다고 되어 있다. '뵐숭 그 일족의 사가'에는 이런 묘사는 없지만, 이야
기가 성립할 당시 바이킹의 검이 한결같이 칼몸이 긴 양날검이었으므로 성
검 그람 역시 그렇게 생겼으리라 상상할 수 있다.
바이킹의 검은 철제이며 손잡이 위아래에 커다란 칼밑이 달려 있었다. 뒤
쪽, 즉 칼날 반대쪽에 있는 칼밑을 아래 칼밑이라 하고 자루머리가 달려있다.
칼날 부분과 자루 부분은 서로 다른 재질로 되어 있으며, 성능이 중요한 칼
날과 화려하게 장신하는 자루는 각각 다른 곳에서 만들어졌다. 바이킹들이
최고로 평가하던 칼날은 라인 강 연안의 직공들이 만들었다. 성검 그람과 현
대 조링겐의 도검류는 친척지간이라 할 수 있다.
듀란달 (Durandal)
중세 서사시에 등장하는 비극의 영웅 롤랑. 그가 맹활약을 펼칠 때 들
었던 무기가 바위도 깨부수는 성검 듀란달이다.
8세기 말 프랑크 왕국을 다스리던 샤를마뉴 대제와 관련해 여러 전설이
전해지는데, 특히 '팔라딘'이라 불린 열두 기사의 존재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뛰어난 영웅들 가운데 롤랑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롤랑은 몸집이 크고 괴력을 가졌으며 자긍심이 강한 남자였다. 전장에서는
용감하게 싸우고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올곧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무인의
모범이라 일컬어졌다. 그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이상적인 기사였다.
- 유래 -
롤랑의 성검 듀란달은 샤를마뉴에게 하사받은 것이다.
샤를마뉴가 프랑크의 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롤라은 천사에게
이 검을 받는다. 천사는 롤랑을 사자로 삼아 샤를마뉴에게 이 성검을 전하라
고 명했던 것이다.
롤랑은 샤를마뉴에게 돌아가 즉시 그 일을 고하고 검을 바쳤다. 그 검의 뛰
어난 품격을 한눈에 알아본 샤를마뉴는 천사한테 받은 검을 다시 롤랑에게
주며 듀란달이라 명명하였다.
롤랑은 감격하여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노라 맹세한다. 그뒤 왕이 가는
곳에는 늘 그가 있어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롤랑이 듀란달을 얻게되는 전말을 다르게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온다.
즉 이 검은 요정이 만든 것이며, 괴력을 가진 유토문다스라는 거인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롤랑은 이 거인에게서 듀란달을 빼앗아 샤를마뉴에게 바쳤고, 샤를마뉴는 그
공적을 칭송하여 그 표상으로 듀란달을 롤랑에게 주었다고 한다.
기사 롤랑은 그의 의붓아버지 가늘롱의 함정에 빠져 이슬람의 대부대와 전투
를 벌였다. 물론 그는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지만 본대의 안전을 위해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그렇게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롤랑이 이끄는 군대가 3만명인데
비해 이슬람 군은 10만이 넘었다. 하지만 압도적이 병력 차에도 롤랑과 그 부하
들은 잇달아 이슬람 병사를 쓰러뜨리며 선전한다.
하지만 롤랑과 열두 기사가 아무리 찌르고 베어도 밀물처럼 달려드는 적에게
밀려서 차차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열두 기사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쓰러져
갔다. 롤랑은 그제서야 뿔나팔을 불어 후위의 전멸 사실을 알리고 혼자서 언덕
으로 올라갔다. 그는 자기가 죽더라도 왕에게 하사받은 성검 듀란달만은 넘겨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적들을 쳐서 쓰러뜨리며 샤를마뉴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샤를마뉴가 가까스로 전장에 도착했을 때 롤랑은 이미 절명한 뒤였다. 그의 손
에는 여전히 듀란달이 꼭 쥐어져 있어 적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
웠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성검 듀란달은 롤랑이 죽은 뒤에도 샤를마뉴 수하의 기사들에게 계속 이용되어
그 광체를 잃는 일이 없었다.
- 생김새 -
성검 듀란달은 엑스칼리버와 마찬가지로 편수검이며 롤랑은 이를 말을 탄 채
로 휘두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대부분이 한 손에 방패를 들고 다른
손으로 편수검이나 창을 쓰는데, 이는 전설이 생겨난 8세기에서 12세기경까지
기사들의 일상적인 무장이었다.
왕금으로 만든 자루에는 수정이 박히고 자루머리를 뽑으면 그 안에 세 성인의
피, 치아, 머리카락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옷 조각 등의 성유물이 들어 있었다.
칼자루 속에 성유물을 넣는 것은 중세 유럽에 유행하던 풍습으로, 이렇게 하면
검 혹은 검을 든 기사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인다고 믿었다.
듀란달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한 번 내리치면 적의 투구를 쪼개고 들어가
머리를 부순 뒤 사슬갑옷을 찢고 적의 몸을 두 동강을 내며, 나아가 적이 탄 말
의 안장과 등뼈까지 잘라버릴 정도였다.